독립서점_진작 갈 걸 그랬어, 당인리책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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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필히 주인을 닮는다.

2018년 봄, 작가가 누구인지 알아서일까? ‘진작 할 걸 그랬어’라는 어쩐지 귀여운, 왠지 모르게 작가를 닮은 제목의 책이 화제가 됐었다.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퇴직 후 책방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 ‘당인리 책발전소’라는 동네 책방, 독립 서점 주인이 된 김소영 작가이자 책방 주인의 책이다. 그녀가 남편 오상진 아나운서와 함께 출연했던 예능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동그란 눈을 반짝이던 장면이 떠올랐다. 좋아하는 것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이기기 어렵다. 그녀가 그 프로그램에서 보이던 그 눈빛은 대상을 마음껏 좋아해야만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르고 발산하던 그녀가 서점을 열었다고 했다. 공간은 필히 주인을 닮는다. 서점은 오픈과 동시에 화제가 되었고, 책에 대한 그녀의 진심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 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그 공간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렇게 서점은 자리를 잡았고, 광교와 위례에도 추가로 매장을 오픈하며 조용하고 강하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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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공간이 가지는 경계

아기자기하고 개성 넘치는 가게들로 ‘망리단길’이란 호칭을 얻으며 힙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동네가 된 망원동. 망원역 1번 출구에서 나와 골목을 조금 지나오면 약간 클래식한 매력이 있는, 그래서 그 동네와 어우러져 아이러니하게도 힙한 느낌을 배가시키는 건물이 나타난다. 가장 가까운 경로를 통해서인지, 첫 인상은 정문이 아닌 후문이었다. 사진 속에서 보던 빨간 벽돌의 건물과 함께 선반과 책을 상징하는 것처럼 생긴 글씨체로 된 ‘당인리 책 발전소’와 화살표로 된 간판이 눈에 들어오던 순간, 그 섬세하고 귀여움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실로 어마무시한 발전소가 아닌가? 손님이 가게 안에 들어서기도 전에 마음 속에 강력한 전류를 일으키다니! 그것이 특별한 공간이 가지는 경계가 아닐까 생각했다. 마치 그 공간만 다른 세상 속에 속해 있는 것 같은, 그 경계 속에 발을 들여놓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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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벤치와 커다란 나무 한 그루도, 빨간 벽돌과 하얀 시멘트 벽의 합도, 부서진 벽을 연출 해놓고 그 사이에 레트로풍의 유리창을 들여놓은 것도 좋았다. 햇살 좋은 날, 책 한 권을 사 들고 나와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가지 아래 벤치에 앉아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 절로 상상이 되었다. 서점 내부의 온기가 전해지는 커다랗고 네모진 창문과, 딱 떨어지는 정직한 간판과 약간 투박한 나무 벤치가 빨간 벽돌 아래 흰 시멘트 벽 안에 한 프레임에 담겨있는 그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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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내부는 1, 2층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1층은 서가와 음료 및 디저트를 주문하고, 2층에는 테이블이 비치된 구성이었다. 판매 순위부터 서적의 분류 기준과 귀여운 코멘트 등 곳곳에 손글씨로 된 메모가 친근하면서도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 독립 서점만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전체적으로 책을 읽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을 만큼의,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적당한 조도도 좋았다. 2층은 이미 만석이었다. 평일 오후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새삼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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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면에 비치된 간이 서가에 책들이 방문객들의 손을 타 저마다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이 곳에서는 어떤 책            들을 추천할까 살펴보는 것이 독립서점을 방문하는 묘미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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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성장하며, 자생할

독립서점이 대형서점과 결을 달리하는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소통’일 것이다. 당인리 책발전소는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 공간을 사랑하는 고객들과의 소통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책방 주인 김소영 대표는 개인 SNS를 통해, 당인리 책발전소의 문화 행사들을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다행스럽게도 이것이 높은 출석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이런 고객과의 깊이와 가치 있는 소통이 책의 세일즈보다도 값진 일일 것이라는 믿음을 내비치며. ‘독립서점’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는 일과 그 것의 방향성에 대해 그녀가 올린 이 장문의 글을 읽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서점’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 그 공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과 열정 같은 것들은 그녀의 SNS를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금세 알 수 있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서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 이런 사람이 운영하는 공간이라면 한 자리에 고이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며 자생의 방안을 찾아갈 것이라는, 틀림없이 오래도록 사랑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든든했다. 부디 책 발전소가 여러 동네 곳곳에 자리 잡아 주민들의 삶을 보다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기를, 더 많은 이들의 삶의 동력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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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인스타그램 : @danginbookplant
찾아가는 길 :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4길 10-8 (서교동 47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