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기 위해 당신을 기다리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 꽃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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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기 위해 당신을 기다리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 꽃술


마치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셀로판지를 붙여 둔 것 같은 화려하고 묘한 색상의, 그것도 양 쪽의 색상이 다른 두 개의 큼지막한 창문 이 나 있는 공간 사진을 보았다. 네온사인을 내부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것이 유행이기는 하지만, 글자 몇 자가 아니라 거의 벽면을 꽉 채우고 있는 창문 전체가 형광색 불빛을 뿜어내는 광경은 여전히 보기 드물다. 눈에 띄지 않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은 강렬하고 독특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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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 SNS 계정에 소개된 이 공간의 사진을 보자 마자, 이 공간은 꼭 한 번 직접 가서 경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패션 매거진 출신의 에디터가 만들어낸 공간이라 했다. 한국의 신진 창작자들을 위한 하나의 둥지이자, 창작의 산물을 누구나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기획한 공간이다. 이름하여 디자인 바(Design Bar). 카페도, 음식점도, 술집도, 갤러리도, 심지어는 가구 전시 판매장도 될 수 있는 이 오묘한 공간을 구분 지을 마땅한 카테고리를 찾지 못한 그녀가 직접 만들어낸 단어다.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던 상상의 공간을 땅을 파내고, 기둥을 세우고, 계단을 얹고, 가구 를 들여 실재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아름다운 가구와 소품들 외에도 어렵게 공수 한 퀄리티 높은 전통주들, 오미자차와 수정과 같은 전통 음료들을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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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술의 공간 안에 있는 모든 것은 판매가 가능한 것이라 한다. 어쩐지 남다르고 예술적이게 느껴지던 문고리와 하나하나 개성 넘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의자들, 시선을 잡아 끌고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조명들. 가구 뿐만 아니라 나무와 꽃, 음료, 그리고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나왔을 아이디어까지 모든 것을 판매한다고 한다. “결국 꽃술이 파는 건 이 도시와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이다.”라는 공간주가 쓴 글의 어느 구절이 참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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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간 안에 있는 디자인 작품들 모두 그녀의 개인 소장품이라고 한다.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과 직접 만지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은 다르다. 국공립 미술관, 국내외 유명 갤러리에 전시 되었던 디자인 작품들을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꽃술이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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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간 안에 들어섰을 때부터 마음에 쏙 들어 자꾸만 눈이 가던 스툴(서정화 작가의 Material container stool)이 있었다. 메탈 보디 위에 색색깔의 아크릴이 얹어진 형태였는데, 옆 벽면의 네온 빛깔과 천정의 조명이 비치면서 다채로운 매력을 뿜어냈다. 그저 여느 가구 전시장의 가구처럼 전시되어 있었다면 금세 흥미를 잃었겠지만, 꽃술에선 이 스툴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다. 앉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쓰다듬어도 보고, 들어서 옮겨볼 수도 있다. 이 마음에 쏙 드는 스툴 때문에 디자이너를 검색해보고, 그 디자이너의 다른 작품도 둘러보았다. 아마 내가 이 스툴이 꽃술 만큼이나 잘 어울릴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면 구매를 문의했을지도 모른다. 꽃술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디자인에 문외한인 사람도 어렵지 않게, 가볍고 부담 없이 ‘디자인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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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층과 3층 루프탑까지 유니크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어떤 작가가 어떤 의도로 만든 작품인지, 전혀 배경 지식도 전문성도 없는 나에게도 지루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선과 흥미를 끌어당기는 공간이다. 음료와 함께 서빙 된 코스터를 코스터렉에서 빼내 바꿔 써 보기도 하고(원플린쓰 스튜디오의 디스크 코스터&렉 세트), 첫 눈에 보아도 설치 미술 작품 같아 보이는, 의자인지 아닌지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특이한 형태(검색해보니 곽철안 디자이너의 작품이었다.)의 ‘의자인 듯한’ 것에 엉덩이를 조심스럽게 얹어 보기도 한다. 빨간 벽돌로 이루어진 벽면에 난 커다랗고 형형색색의 유리창보다도 더 묘한 매력을 가득 품고 있는 공간이다. 미술이나 디자인, 예술 작품에 대해 마음 속 장벽이나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꼭 한 번 이 곳을 방문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사실은 그다지 높지 않았던 문턱이 생각보다도 더 낮아지고, 그 문턱을 넘고 나면 알고 보니 재미있고 자꾸만 더 알고 싶고, 알아가다 보니 재미있는 새로운 세계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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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the blank_ / 사진. the blank_ -


공식 인스타그램 : @kkotssul

찾아가는 길 : 서울 용산구 원효로77길 33 (원효로1가 2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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